상해 [傷害]
¹ 남의 몸에 상처를 내어 해를 끼침.
² 사람의 생리적 기능에 장해를 주는 일.
!※𝐖𝐀𝐑𝐍𝐈𝐍𝐆※!
유혈, 폭력, 비속어 등 트리거를 유발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습니다. 시청시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.
*이 로그는 관리진분들과 미카엘 오너님의 합의 하에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.
분량의 사정이 생겨 앞 부분은 글로 서술합니다.
때는 1996년 9월 3일 오전 6시 46분.
호그와트에서 지낸 지 어언 5년이 다 되어가는 16살의 여름 방학. 곧 끝을 맞이하기 전, 여전히 그는 도서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. 드넓게 펼쳐진 도로를 느릿이 활개 치는 사람들과 수많은 구식 자동차들. 몇몇은 말을 끌고 다니기도 하였으며, 마차들을 끌기 위한 낡은 바퀴들은 삐걱대기 바빴다. 그 수많은 사람들이 많이 없을 시간. 가을의 초아침은 그 어떤 때보다도 삭막하기 그지없기 마련이다. 물론 차가운 걸 넘어서서는 날카롭게, 깊게 살을 파고드는 추운 바람은 이겨내기 쉽지 않았지만.
아직 16살 학생의 신분인 그에게 일어날 일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.
이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.
#01 [말다툼]
이제 곧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가 친구들을 마주할 생각에 들떠있던 것도 잠시 낯익은 외형이 눈에 밟혔다. 잠깐, 저거-. 설마 싶어 다가가니 역시 예상은 틀리지 않았었다. 분홍 머리색의 쨍한 핑크색의 눈을 가진 남자애. 어째서인지 왼쪽 귀에는 거즈가 덕지덕지 붙여져 무거워 보일 정도였다. 반갑게 인사를 건네려 다가갔지만 날 발견하지 못한 그는 잽싸게 도서관으로 발을 들이고 난 후였다. 아쉬움도 잠시 곧바로 도서관을 나오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. 물론 안대를 쓰고 있던 나였기에 제 수륜에 널 담진 못했지만. 서로 멍한 얼굴로 서로 낯을 응망 하다 어-. 짧은 단음 동시에 내고선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.
"미카엘?"
"카일?"
이 상황이 웃기는지 서로 마주 본 채 깔깔대며 웃었다. 웃음을 멈추고 너는 여기 왜 왔어? 나 책 읽으러 왔지. 도서관에 그럼 뭐 하러 오겠냐. 아하. 되지도 않는 이상한 대화를 이어갔다. 물론 대화를 하면서도 날 얇은 눈초리로 바라보는 네 얼굴에 고개 갸웃거렸지만. 왜? 나 뭐 문제 있어? 그렇게 짧은 간극을 두고선 네 구순 열리며 나오는 말에 멈칫- 고개 돌려 널 응망 했다.
"너 왜 이렇게 많이 다쳤냐. 붕대에다가 거즈에다가... 몸도 이리 말라서는. 밥은 먹고 다니는 건가."
제 소매나 어깨 만지작 거리며 눈대중으로 제 상태 확인하는 네 모습 가만히 지켜보다 아픈 상처를 눌러버린 탓에 아. 짧게 아픈 신음 내보이고 네 손을 쳐내버렸다. 아차 싶다가도 멋대로 상태를 확인하려 드는 네 꼴이 썩 좋게 보이진 않았다. 네가 그걸 알아서 뭐 하게. 네 알 바도 아니잖아. 예민해진 탓에 내뱉은 말이었다. 덕분에 안대 너머로 네 미간이 구겨지는 것까지 선연하게 눈에 담을 수 있었지만. 사과하기엔 늦었고, 애초에 먼저 나에게 관심을 주는 것은 너 아니었는가. 사과를 할 것이면 미카엘이 먼저 하는 게 옳다 생각했기에 입 꾹 닫고는 널 노려보는 것이다. 아니, 걱정해 줘도 뭐라 하냐 너는? 저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도 막상 들으니 제 미간도 좁혀졌다.
"네가 날 걱정하긴 뭘 걱정해. 나한테 언제 그렇게 관심이 많으셨지, 미카엘?"
평소처럼 일상적인 토크나 나눌 것이지 왜 오지랖을 떨어서 이 사단을 만들어. 이해가 안 된다는 어조로 네게 쏘아붙였다.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말은 머리와 다르게 계속 내뱉고 있었다.
미카엘은 내뱉은 내 말에 허- 헛웃음 치고는 제 팔 잡고선 도서관 옆 좁은 골목으로 날 이끌었다. 빛은 들어오다 말아 진하게 그림자가 져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. 그럼에도 네가 잡은 팔 뿌리치지 않고 순순히 걸어 들어갔다. 이것이 문제였던 걸까. 애초에 싫다고, 하지 말라고 뛰쳐나갔으면 괜찮았으려나.
#02 [발단]
골목 중앙에 다다르자 사람들의 목소리는 웅성거리기 바쁘고 소리는 작아졌다. 서로의 목소리가 더욱 선연히 귀에 날아와 꽂힐 정도의 거리였으니. 마른세수 연신해 대며 날 노려보는 저 핑크색 눈동자에는 내가 비쳤고, 그 안에는 검은색으로 칠해진 암흑과도 같은 동공이 자리 잡았다. 하고 싶은 말이 뭔데. 상황이 좋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아까보다는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내었다. 넌 긴 간극이 이어진 후에야 구순 열어 답했고
"허, 그래도 아는 사이니까 신경 써주는 거잖아. 말 왜 그따위로 하냐? 무슨 불행서사 가득한 주인공같이 행동하고 있어"
제 이마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말하던 너는 본인 옆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선 빙빙 돌리는 제스처를 취했다.
"방학 동안 머리라도 다쳤냐?"
욱신거렸다. 오른쪽 눈도, 네가 말한 뇌로 가득 찬 그 머리도. 씩 입꼬리 올려서는 똑같이 네 이마 손으로 쿡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.
"뭐래. 머리 다친 건 너겠지"
"마녀놀음이나 할 시간에 이런 널 만들어주신 주님에게 기도나 하지 그래, 주님도 포기한 놈아-.``
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퍽. 둔탁한 파격음이 들려오고 욱신거리는 왼쪽 볼을 손으로 감싸 쥔 채 널 바라봤다. 아프다. 당연하지 쟤한테 맞았으니까. 당황한 표정도 잠시 뺨 때린 네게 중얼거렸다. 드디어 사람까지 패는 거야? 주님이 널 포기한 걸 아는가 봐? 그래서 지금 네 귀도 이 사달이 났나? 분명 여기에 십자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. 비아냥 거리는 어조로 네 왼쪽 귀를 가리켰다. 어떤 것에 지뢰가 밟혔는지 몰라도 온갖 육두문자를 사용하면서까지 얼굴을 때리고 멱살까지 싸잡아가며 나에게 화를 불렀다. 결국은 네게 잡혀있다 내팽개쳐져 차가운 바닥과 얼굴을 맞대었다. 지금 뭐 하는 짓-... 말을 이어가려 해도 극도로 흥분한 네가 제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. 제 몸 위에 올라타서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얼굴을 강타하기 바빴다. 손으로 막아봐도 팔을 잡고 벌려 그 사이로 때리기를 반복했다. 이제는 끝내는 것이 정상일 텐데, 너는 날 대체 뭐로 보고 있길래 그리도 화가 났을까. 억울함과 분노, 걱정이 같이 올라왔다. 그럴 시간이 없었는데 말이지. 주먹으로 날 때리는 것을 그만두고 하는 짓은 가관이었다. 손으로 안대를 쭈욱 내리자 헐거웠던 묶음 리본은 슬 풀어지며 네게 낯을 공개했다. 물론 강제였지만. 손으로 얼굴을 가리려 애를 써도 제 눈에 비친 날카로운 그것을 보자마자 망했다를 직감했다. 네 손에는 끝이 얇다 못해 날카로운 지팡이를 흉기로 쓰려는 모습이었다. 이내 그 지팡이의 끝을 아래로 향하게 둔 채 재빠르게 제 오른쪽 눈을 미친 듯이 박박 긁어대는 것이 아닌가.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잡아둔 덕에 피하지도 못하고 모든 상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. 두 눈 꾹 감고도 줄줄 흐른 뜨겁고도 진득한 액체에 눈을 못 떴다. 세로로 몇 번을 그은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의 출혈이 일어났다. 이제야 분이 풀렸는지 제 눈을 긁어대던 짓을 멈추고서야 불규칙한 호흡을 내뱉는 너였다. 물론 아직까지 날 죽일 듯이 바라보는 저 눈은 피하지 못했지만. 머리가 아픈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. 실명 직전까지 갈 뻔한 그 행동에 두려움은 배가 되었고, 미친 듯이 타는 듯한 고통에 아픈 신음을 내비쳤다.